훈녀생정

내 이름은 윤두준
평범한 중학생입니다




축구 농구를 잘하고 노래를 잘하는
성격이 좋아 교우관계가 활달하고



하루 하루 재밌는
그게 특별하다면 특별한 그런 평범한 사람이에요




오늘은 제 16년 인생 처음으로
짝사랑 상대에게 고백하고자 마음먹은 날인데

흠

뭐라고 말해야할까요
아무래도 드라마를 참고해야겠죠









얼마면 돼
얼마면 너를 살 수있겠어









아닌것같네요
역시 고백은 책을 빌리는게








안좋아하는거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잠시 책을 내려놓고
명상을 해야겠어요





도대체 이런 고백을 받고
어째서 받아주는거죠




고작 중학생한테 사랑은 역시 어렵네요





혼자 고뇌하고 있는데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왔어요

그새 수업이 끝났나봐요




아무래도 인기가 많은 저는
생각할 시간 찾기도 어렵네요

체육시간에 패스 안해줘서 목조르는거 아니에요

이렇게된거
친구들에게 의견을 구해볼게요

애들아 너네 생각은 어떠니

안타깝게도 좋은 의견을 구하지못했어요
사실 제 친구들도 저와 마찬가지로
연애라는걸 해본적이 없었거든요



제가 묻자 한참을 조용해지더니
그렇게 쉬는 시간이 끝날때까지 서성이다가
결국 선생님이 들어와버리셨네요




친구들의 표정을 보니
당분간은
말을 걸지않는게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의도치않게 상처를 준 저는
방과후 축구도 마다한채

집으로 돌아가
고민아닌 고민을 하며 머리를 싸맸어요





그때

바닥에 붙은 발을 툭툭 치는
작은 마찰음에

고개를 돌려보니

당혹스럽네요





작고 허연곰이
멀뚱히 저를 쳐다보고있었어요







누구냐고 묻자
첫사랑요정이라며 답하네요

쬐깐한게 반갑다며 인사하는데
상황파악은 어렵지만
맞인사는 해줘야겠지요





대충 들어보니
아무것도 모르는 첫사랑 중고딩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간혹 나타나기도 한다는데




이상한 곰은 아닌것같으니깐
웃어넘겨볼게요




안그래도 도움이 필요했는데
차라리 잘됐어요







그때

사과를 들고 들어오시는 어머니 덕에
놀랐지만 어머니 눈엔 보이지않나보네요




조금만 공부하고 얼른 자겠다며
인사를 드렸지만 불속성 효자가 된 기분이라
조금 죄송한 마음이 들었어요




괜시리 머쓱하게 사과를 먹고 있는데
어느새 책상위로 올라온건지


쬐깐하고 허연 곰이 침을 흘리고있네요

먹고 싶은거냐고 묻자
고개만 연신 끄덕이는게

먼길오느라 배가 고팠나봐요





그렇게 사과 한조각씩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대충 얘기를 들어보니
곧 있을 축제에 초대해서
공개 고백을 하는게 좋겠다고 하네요






역시


첫사랑요정은
다르긴 달라요





그렇게 맹연습을 하고
초대한 본 공연에서
직접 할 멘트를 짜고 있는데





문자왔숑





문자가 왔어요


이젠 사담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해진 것 같아 기쁘네요





[ 뭐해? ]




제가 궁금한가봐요
두근거리는 마음을 붙잡은채
허연 곰이 알려주는대로 받아 적었어요





[ 알빠야? ]





답장이 없네요

첫사랑요정님 말대로
심쿵한게 다름없는 효과 직빵 멘트였어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고백문장을 적어내고
그렇게 축제 당일이 됐어요






북적거리는 학생들 사이에서
무대에 올라가기 위해 대기실에 앉아있는데





와아아

앞팀 장난 없네요




무대 매너가 상상을 초월하다보니
조금 긴장되나봐요






다음 순서는 3학년 12반
윤두준-!!




멍때리는 사이 제 순서가 다가왔어요
떨렸던 것도 잠시
무대 체질인 저는 자신있게 올라갔어요

그림자가 고양이 같은건 저 뿐일까요

눈물을 훔치는 노래를 뽐내니
관객석 반응이 후끈해졌어요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공개 고백을 하기위해

어디앉았는지
눈으로 급히 찾아보는데




남자애랑 같이 온
짝사랑 상대를 찾아버렸어요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에
황급히 마무리 짓고 내려왔는데



혼란스러워요


제가 어리석었던걸까요
남자친구가 있을수도 있단걸
전혀 생각치도 못했어요






인사도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와
우울하게 침대에 누워있는 저를 허연곰이
멀뚱히 쳐다보다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듯 하더니




이내
제 안경을 벗겼어요





눈이 안보이네요
무서워요




허우적거리는 제 손을 잡곤
어디서 가져온건지
투명렌즈를 끼워준 덕에 시야가 생겼어요








안경 하나 벗었다고
뭐가 그렇게 달라지겠

달라지는군요





조금은 빠른 전개같겠지만

무쪼록 같은 고등학교에
올라가게됐다는 소식을 들은 저는
겨울방학 동안 달라지기로 마음먹었어요




나름 줄넘기 같은
운동도 하고



저의 모자란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
첫사랑 요정과 함께 최선을 다했답니다

이제 나름 자신감도 생기고
앞에 나설 용기가 생겼을쯤



7번 버스 훈남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 시작했어요




이 정도면 후회없이
마음을 전해도 되겠다 싶었을때





문자왔숑





연락이 오고말았어요
그 후 한번도 본적없던터라
심장이 대뜸 뛰기 시작하는건 말리기 어렵네요





[ 7시에 잠깐 시간돼? ]





[ 알빠야? 당연히 가능하지 ]




허연곰에게 배운 심쿵멘트와 함께
급히 답장을 날리곤 옷을 갈아입었어요




오늘이 고백하는 날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않으며 옆머리를 꾹꾹 누르며
고백 멘트를 중얼거려요

점차 지는 해를 등 뒤로
가로등 아래서 기다리는데







두준아







등 뒤에서 들리는
반가운 목소리에
힘껏 웃어보이며 돌아서니

무언가 (많이) 달라져있는
짝사랑 상대가 서있었어요





뭔가 많이 바꼈네
애써 입을 떼며 웃어보이자







안그래도 그것때문에 보자고했어
라며 덤덤하게 대답하네요

두준아 너도 요즘 스타일이 많이 바꼈더라

이런 말 하기 전까지
고민 많이 해봤는데






잠시만요
이 말 무언가 두근거리는 뒷 말이
당장이라도 뛰쳐나올것만 같아요


아무리 달라진 모습에도
저는 여전히 좋아하나봐요

안입는 옷들 나 좀 줘

글렀네요






터덜 터덜
옷장에서 안입는 옷들을 전달해주고
해맑게 고맙다며 받아가는 뒷모습을 바라봤어요






피곤한 하루였어요





그래도 덕분에 꾸밀줄아는 사람이 되었으니
고닥교나 잘다닐게

고마워 따봉요섭아

~end~





*


#1
학원에서 만나 두준이가 짝사랑한
요섭이의 모습은 원래

#2
축제에 같이 갔던 남자애

#3
그 시각 손동운

아기 중학생이 됐어요